돌들의 말(言) 돌은 문양이나 형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돌이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돌을 곁에 두고 가만히 바라보면 누군가 믿음직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 같아 위로 받기도 하고 마음이 밝아지면서 기쁨과 설렘이 일기도 합니다. 돌이 우리에게 주는 미덕을 생각해 봅니다. 돌은 묵직하고 든든합니다. 오래도록 변함없이 신뢰를 지킬 것 같은 믿음이 인간에게 토템이즘을 낳게 했을 것입니다. 돌의 색은 돌의 질(質)에 따라 원래부터 변함없이 나타나 있는 것도 있지만 물을 만나야 색과 문양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돌이 있습니다. 호피나 검은 묵석같은 돌은 색의 변함이 없어 안방에서 좌대에 앉아 있고, 대부분의 조경석은 비를 맞거나 물을 뿌리면 색이 드러납니다. 물기 없이 말라있을 때는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별개 아니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존재의 의미’는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평소 자신을 잘 나타내지 않다가 어느 날, 어느 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는 새로움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색을 숨기고 있다고 연탄재 차듯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물을 만나 환해지는 모습을 보고 물이 생명수(生命水)라는 것과 자연의 소중함까지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본질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돌을 보면서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역사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산맥과 협곡을 건너 폭포를 만나고 험준한 사막을 건너면서 고행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습니다. 넓은 평온을 만나면 연암 박지원처럼 ‘울고 싶은 곳(好哭場)’에서 한참을 멈춰 통곡하기도 합니다. 돌 속에 숨겨진 역사, 문화, 진리, 깨달음을 찾아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따분한 일상으로부터 탈주하는 일입니다. 누군가는 돌 앞에 서서 ‘구름에 달 가듯이’ 인생길을 가는 나그네가 될 것이고, 누군가는 ‘님아, 강을 건너지 마라(公無渡河)’고 사랑에 울 것입니다. (20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