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1일 리빙룸의 즉흥 연주 모임 소리와 메모를 공유합니다. ---------- 즉흥 연주 모임에서 사람들은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책을 가져가며 시작되었다. 흘러가는 공통의 시공에서 각자가 펼친 페이지가 들락날락거렸다. 눈을 감고 펼치는 페이지들이 있거나, 눈을 뜨고 아무것도 보지 않거나, 귀를 열고 아무것도 듣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누군가는 집중이라 불리기도 하는 인식 방식의 여러 이름과 상태를 떠올렸고,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리다가 외우던 경전을 머리에서 꺼내어 읊기도 했다. 연주자 셋의 위치가 삼각형을 이루고 시작했지만, 그 모습은 여러 방향으로 이동하고 잊혀졌다. 나는 이 현상을 녹음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사용했다. 콘덴서 마이크 2개와 기타 픽업 라인, 2개의 휴대폰 녹음기였다. 그것의 소리 크기를 맞추며 다시 듣는 일이 내게는 너무 행복한 일이었다. 현장에서는 여러 소리가 발생했는데, 플레이어를 포함한 함께한 사람들이 각자 시작이라고 느끼는 위치와 머무르는 위치, 그리고 초점의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방식을 모두가 적정한 간격으로 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다. 리빙룸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인식하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사람들과 규칙이나 제안이 아닌 다른 언어로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시작 전에 우리는 아무 계획이 없음을 얘기했고,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시간을 쌓을 것을 예고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온전히 전달될 수 없다.’는 입장과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서로의 범위를 포용하며 공존하다 그 모두를 잊었을 때, 존재하는 것에게 그 존재의 모든 것이 펼쳐졌다. 모든 것이라 말하지 못할 만큼. 함께한 1시간이 지나갔고, 세라의 만트라 마지막 구절인 ‘...까마야’가 울려 퍼지고 다시 사라질 때, 까마귀가 ‘까악’하고 울면서 지나갔다. 그것이 녹음된 것을 다시 듣고 믿을 수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예지님과 처음 만났을 때, 목소리가 발화되는 시작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소리 발생에 있어 자신의 볼륨이 0~10이라고 하고 소리 발생을 1이라 말할 때, 1의 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 그것을 유지하여 점차 2로 도약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을 느끼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것은 목소리의 소진과 몸의 기능 저하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었다. 예지님은 0~1과 1~2를 자신에게 가장 알맞고 온전하게 발생시킬 수 있음을 믿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나에게 0~1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내가 그동안 발생시킨 목소리만이 아님을 믿게 되었다. 나는 그 언어를 변환하고 나의 몸과 마음에 맞는 방식을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었다. 볼륨이자 전달의 범위에 가까운 2로서의 도약은 0.1과 0.9 사이의 공간만큼 또 다른 범위였다. 나는 0~1 사이의 표현에 자신의 것을 담아내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것은 나 자신으로 생생하게 살기위한 시간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세라는 올해 420페이지의 책 하나를 매일 한 페이지씩 필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며 세라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을 최근에야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쌓고 있음을 더욱 존중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 지난 9월의 리빙룸은 처음으로 지난 6개월 동안의 혼자 했던 즉흥연주의 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너무 떨렸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부딪쳤고, 철저하게 깨졌다. 깨진 나의 조각들을 나의 거울 조각들인 세라와 예지님과 10월의 리빙룸에서 함께했고, 그것은 새로운 상으로 붙여졌다. 연주가 지나고 남아있던 두려움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제는 마침내 피아노의 가운데 페달을 풀어서 처음으로 연주했다. 내가 가까이 듣기 위한 소리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범위가 있었다. 정제된 것이 아닌 나의 자연스러운 발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떠올랐다. 마침내 볼륨 2에 도착한 것 같았다. (2023.10.24) ---------- 함께한 모든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shinhyeaa6 ай бұрын
이런 즉흥 연주도 공연하시나요? 넘 궁금하네요 !
@chajiryang6 ай бұрын
현재까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오래된 주택에서 [리빙룸]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소리 모임을 하고 녹음을 해요. 누구나 오실 수 있고요. 공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보다는 정말 소리를 나누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지난 2월에는 9명의 사람들과 소리를 나눴는데,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kzbin.info/www/bejne/m2KzZJ54o8Zppacsi=CkbkJfCdP4fY00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