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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들다
횡성호를 품은 아름다운 숲. 다양한 생명이 숨 쉬는 이곳에 박주원(70) 씨와 아내 진영숙(68) 씨,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고양이 ‘연두’가 살고 있다. 은행원에서부터 시작해 부행장까지, 누구보다 성실히 살았던 박주원 씨는 은퇴 후 산에 들었다. 반평생을 은행밖에 모르고 살던 그는 은퇴를 하고 나서야 ‘나는 누구일까?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라고 새삼 질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되돌아보니,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하던 건 다름 아닌 산이었다. 산에 올라 숲을 걸으면 온갖 욕심과 잡념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숲으로 왔다. 도시 여자로 살던 아내 진영숙 씨는 남편을 따라 시작한 숲 생활이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만족해하며 자연을 즐기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야산을 맨몸으로 다듬고 가꾸고 아름답게 일궈냈다. 오늘도 박주원 씨 부부는 뭇 생명들과 함께 호흡하며 숲의 일부로 살아간다.
■ 이름을 부른다는 건...
초록이 가득한 숲 한가운데, 숲의 색을 닮은 작은 기차가 지나간다. 부부가 산을 오르내릴 때 이용하는 모노레일이다. 꼬마 기차를 타고 중턱에 내린 두 사람은 각자의 일을 하러 간다. 아내는 산나물을 뜯고, 남편은 새롭게 길을 낸다. 비가 올 때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코코넛 매트를 깔아서 길을 낸다는 주원 씨. 그가 숲에 길을 만들어 놓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 숲속 동물들까지도 험한 데로 가지 않고 주원 씨가 만든 길로 다닌다는 것이다. 결국 주원 씨는 사람만이 아닌, 숲속 식구 모두를 위한 길을 만드는 셈. 그의 일은 이게 끝이 아니다.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주원 씨. 그는 왜 일일이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걸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詩)처럼, 박주원 씨에게는 이름 없는 ‘잡목’이란 없다. 한 그루 한 그루가 모두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제 역할에 충실한 나무처럼
숲지기 박주원 씨가 오늘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걷고 나면 새로워진다는 ‘새롬길’을 걸으며 숲을 가꾸고, 숲속 식구들을 만난다. 쓰러진 통나무에서 사는 개미 식구들, 물푸레나무와 개암나무 사이에서 힘겹게 버티는 생강나무, 버섯을 따러 갔다 만난 민달팽이와 새끼 두꺼비... 자연의 생명을 만나는 일은 주원 씨에게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산사태로 쓰러진 나무들을 옮기며, 죽어서까지 숲을 살리는 나무처럼 여생 동안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살겠노라 다짐한다.
■ 숲에서 맞이하는 황혼
자연의 질서를 해치지 않고자 곡괭이 하나로 숲길을 가꾼 박주원 씨. 평생을 연필만 잡던 그가 곡괭이를 잡고 숲을 가꾸자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몸이 상하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주원 씨의 곡괭이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흘린 땀으로 만든, 누구든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 그 길 따라 정상에 올라 노을 지는 호수를 바라보는 시간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부부. 아름다운 그 숲에 황혼이 아름답다.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61회 [숲에서 살아가리라] 2023년 6월 16일 방송
#힐링 #숲 #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