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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픽션] - 하나가 되어
나는 지금 매일 아침 너와 함께 가는 카페 안 창가에 앉아 너를 기다리고 있다.
창밖에는 어느 한 노인이 자신의 몸보다 큰 신문을 펼쳐 한 시간을 넘게 읽고 있고
그의 뒤로 바쁘게 지나가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따뜻한 커피를 반쯤 비운 상태고 담배를 태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또한, 오늘따라 유난히도 눈부시게 비추는 아침 햇살이 내 두 눈을 또다시 감겨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너를 떠올린다.
너의 단발머리를 떠올린다.
너의 커다란 두 눈을 떠올린다.
너의 부드러운 살결을 떠올린다.
네가 즐겨 뿌리는 향수의 향기를 떠올린다.
네가 즐겨 입는 색깔의 옷을 떠올린다.
너에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너에게 나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너에게 나는 과연 어떤 모양일까.
너에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문득 이런 것들이 궁금해진다.
그러고 나서, 참을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 나는 홀로 대답 없는 너에게 묻는다.
나는 네게 어떤 사람인지.
나는 네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네게 어떤 모양인지.
나는 네게 어떤 존재인지.
그때,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요란한 자동차의 경적이 울린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는 내 정신을 부리나케 건드려 깨운다.
"커피 더 드시겠습니까?"
웨이터가 어느새 테이블 앞으로 다가와 내게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는 내 커피잔에 커피를 채운다.
은은한 커피의 향이 올라오고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의 노인은 읽던 신문을 내려놓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잠에 들어있다.
거리에 가을이 다가왔다.
거리 이곳저곳에 듬성듬성 떨어진 가을 낙엽들 사이를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나는 재작년 가을 너와 함께 걸었던 저녁 공원의 길을 떠올린다.
투명한 달빛을 머금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던 하늘.
너와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하며 우리를 간지럽혔던 선선한 바람.
계속해서 요동치는 심장을 모른 척 숨겨보려 했지만 모든 걸 품고 있던 너의 커다란 두 눈.
길을 걷다 가끔 서로의 살갗이 닿을 때면 화들짝 놀라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나던 너의 두 발.
뒤이어 나는 어젯밤 너와 함께 걸었던 저녁 공원의 길을 떠올린다.
너의 발걸음에 나의 발걸음을 맞추어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너의 두 눈에 내 두 눈을 맞추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너의 두 손의 온기를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너의 존재가 내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이 나에게 있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왜 나는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일까.
얼른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 작은 동네 카페 안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너를 향해 작은 미소를 한쪽 입가에 묻혀본다.
.
그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리며 들리는 종소리가 내 모든 정신을 일깨운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창밖을 바라보지만 나의 모든 신경은 카페 입구를 향해있다.
잠시 후, 나는 강렬하게 퍼지는 익숙한 너의 향기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너와 같은 향수를 뿌린 다른 사람임을 확인한 나는 이내 자세를 고쳐앉는다.
그러고 나서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제는 열기 조차 느껴지지 않는
커피잔 가득 담긴 식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킨다.
그때 나는 세상이 내게 보내는 이상하리만치 완벽한, 그렇기에 더욱 벅차오르는 희한한 감정에 이끌린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창밖의 거리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고는 신문을 읽다 잠에든 노인의 뒤로 보이는 좁은 골목길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너를 발견한다.
너는 골목을 빠져나와 횡단보도 앞에 서서 너무나도 자연스레 내가 앉아있는 카페를 응시한다.
나는 묻혀둔 입가에 미소를 거두지 못한 채, 너의 전신이 한눈에 담기는 그 장면에 집중한다.
완벽한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싫다는 이유로.
완벽한 너의 그 모습을 순간의 프레임 속에 가두기 싫다는 이유로.
.
곧이어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뀐다.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멈춰있던 네가 내게 걸어온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반쯤 줄어들었을 때, 너는 그제야 카페 안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고 어느새 두 손을 활짝 펴 흔들며 내게 인사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입구로 향한다.
카페를 나오자 너의 두 팔이 나를 감싸 안 듯 가을바람이 내 안에 마련된 네 공간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나는 그렇게 매일 아침 함께 가는 이 작은 동네 카페 앞에서 너와 하나가 된다.
장소 제공: [마룬스위트]
주소: 인천 서구 서곶로 45 근린생활시설동 지1층 B023호
TEL: 0507-1364-9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