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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맥가이버 배한성과 그의 딸
50년 성우 외길을 걸어온 천의 목소리를 가진 배한성씨. 첩보원 맥가이버가 있고, “나와라 가제트 만능 팔”을 외치는 형사 가제트가 있다. 영화를 좋아해서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어 목소리 연기를 시작했다는 배한성씨. 특유의 비음 때문에 외면받았으나 콤플렉스를 트레이드 마크로 바꿔 이젠 국민 성우로 사랑받고 있다. 지금까지 2만 5천 명의 캐릭터를 더빙하며 다양한 삶을 목소리로 그려낸 대한민국 최고의 성우 배한성. 그의 삶 역시 어떤 인생보다 구구절절 곡절이 많았다. 둘째 딸 배우리씨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배한성씨.
배한성씨의 전 부인이자 딸의 친어머니는 벌써 29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딸이 고등학생 때 재혼을 하며 딸에겐 언니 같은 사이의 어린 새어머니가 생겼다. 아버지 보다 17살이나 어려 그냥 언니로 알고 지내다 새어머니가 된 사람. 호칭이 낯설어 어머니 대신 ‘마더’라는 호칭을 택했다. 새어머니가 오면서 친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로 되는 게 싫다며 사진은 자기들이 잘 잘라서 간직하겠다고 한 딸들. 새어머니가 아무리 잘 한다 한들 친어머니의 손길 한 번만 할까. 배한성씨는 늘 그 점이 맘에 걸린다. 사실 둘째딸은 2006년 젊은 나이에 유방암에 걸렸다. 하지만 혹여 마음 약한 아버지가 걱정하실까 병을 숨겼던 딸 때문에 배한성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시간이 흘러 딸이 암을 극복한 과정을 책으로 풀어내며 비로소 배한성씨는 딸의 암 투병 사실을 알게 된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혼자서 병과 싸우며 외로웠을 딸이 친엄마가 있었더라면 투정이라도 부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 배한성씨가 딸과 단둘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통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녀. 어째서 딸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딸이 자꾸 걱정되는 아빠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데 ...
재혼의 죄책감과 편견을 벗어버리고
대학교 3학년 때 갑자기 파리로 가겠다고 선언한 배우리씨. 공부를 하러 파리로 간 딸이 19년이나 돌아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딸이 파리로 가고 주위에선 말들이 많았다. 그녀가 선택해서 갔고, 좋아서 떠난 유학인데 새엄마 때문에 애가 도피하듯 간 게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아버지를 배우리씨는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새엄마에겐 고마운 마음뿐인 배우리씨. 유방암 사실을 아버지가 아닌 새어머니에게 먼저 알릴만큼 새어머니라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완전한 가족으로 거듭났기에 아버지가 이젠 조금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더가 이거는 너희들한테 잘 했지 않니?”라는 말이 듣기 싫다. 괜히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래도, 그래도를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 재혼 한 아내와 딸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미안함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새어머니의 입장을 완벽히 대변하지도 못 했다. 딸은 이제 아버지가 그 미안한 감정을 버렸으면 한다. 그걸 쥐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한 배우리씨. 칠순의 아버지가 이젠 마음 편하게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행복은 보물 찾기
딸이 파리로 떠난 후 자주 볼 수 없었던 부녀. 3년 만에 여행지 캄보디아에서 만났다. 오랜 기간 자주 못 봤던 만큼 서로의 입장이나 가치관은 다르다. 하지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서로의 행복.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친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배한성씨의 자격지심과 그것을 내려놓았으면 하는 딸.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고 사랑하는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행복은 보물찾기 같아서 스스로 찾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배한성과 지금 이 순간조차도 행복이라 생각하는 배우리. 표현의 방식은 달랐으나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두 사람.
친어머니를 기억하며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 두 사람.
마음의 짐은 훌훌 털어버리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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