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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살갑다 지평선길 - 성남 태평 / 오야동]
대한민국 최초 신도시인 성남. 성남하면 분당과 판교를 떠올리지만, 신도시 성남에서 이주민들이 최초로 정착한 곳은 태평동이 있는 수정구 일대였다. 1970년대 산을 깎아 만든 가파른 부지에 사람들은 새 터전을 일구고, 판자촌 부락을 조성했다. ‘신랑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살았다’던 그들은 20평짜리 주택들을 나란히 나란히, 바둑판 모양으로 세웠다. 50년 세월이 흘러 신도시는 오래된 원도심이 됐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길들은 하늘과 맞닿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평선길’이란 별명도 얻었다.
집에 마당 한 평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 옥상을 마당과 정원으로 만든 사람들. 옥상에서 품앗이 김장을 하던 주민들이 동네 탐험을 하던 김영철을 초대한다. 번갈아가며 김장을 돕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옥상에서 김영철은 소매를 걷고 김장을 돕는다.
앵무새 두 마리와 함께 일하는 세탁소 여주인부터 길냥이들을 보살피는 이색 이발사까지 유쾌하고 신기한 태평동 사람들. 동네를 걷다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김영철은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태평동의 매력에 빠진다.
수십년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솜틀집에 이끌리듯 들어간 김영철. 친정어머니 따라 시작한 일이 벌써 올해로 42년이 됐다는 솜틀집 아주머니와 그 시절 집 반 채 값을 주고 산 솜틀기계를 분신처럼 여기며 청춘을 바쳤다는 솜틀 아저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바쁜 일상에도 틈틈이 글을 써서 벽에 걸어 놓은 솜틀집 아주머니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태평동 시인이다. 아주머니의 시를 읽고 가슴 뭉클해진 김영철이 솜틀집 낡은 책상에 앉아 따뜻한 시 한 편을 써서 선물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낡은 건물에 3면이 창문으로 되어있는 아담한 사진관. 사진관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특별한 사진관에는 동네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채집하는 젊은 사진작가가 있다.
그녀의 밝은 미소와 살가운 인사는 태평동 어르신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진관은 순식간에 동네 사랑방이 된다. 동네의 어제를 기록하고 오늘을 담아내는 이 특별한 사진관에서 김영철은 일일 사진가가 되어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지난 50년간 격변의 시기를 겪은 성남시지만, 100년 세월을 간직한 곳이 있다. 오동나무가 많았다는 동네, 오야동. 마을 곳곳 오래된 한옥들이 있는데, 400년 된 터에 90년 전에 지어진 유서 깊은 한옥이 압권이다. 15대째 이곳에 살고 있는 한옥의 주인은 한옥을 지킬 방법을 고민하다 카페로 개방해서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김영철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오야동의 고요한 정취를 느낀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12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아담한 ‘공소’가 우뚝 서있다.
신부님이 상주하지 않아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예배를 드리는 공소는 신앙의 중심이자 마을의 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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