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춘양면 석정리(당시는 돌종지라고 불렸었다)에 53년 이른봄에서 56년 여름까지 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간 사람이다. 나는 서울에서 난 서울 토박이지만 석정리에서 춘양 초등학교 1 학년에서 4학년 일학기까지 다녔기에 석정리는 내게는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시 춘양면 사무소가 석정리에 있었고 (지금도 그곳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면장은 양회팔 씨였으며 춘양초등학교 교장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정 연태" 선생님이었고 그 분의 따님인 정연옥 양은 내 클라스메이트였으며 당시 반장은 "문장식" 군과 "문 창호"군이 번갈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들 지금 어떻게들 지내는지. 그곳은 가난하기는 해도 참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육이오 말기 퇴로가 끊겨 산으로 숨어들어가 게릴라활동을 벌리는 공비들을 소탕하기위해 기동타격대들이 출동해서 그 작전 중에 사살된 공비들의 시체가 장터에 전시된 것을 본 그런 어두운 추억도 함께 남아있다. 그 곳에서만 들어본 특이한 노래 하나를 여기다 적어 놓는다. 석정리, 화림리 등 그 일대에 살면서 춘양초등학교를 다녔던 분들이나 그 곳에 사셨던 분들 중 혹시 이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같이 불러보고싶어 올리는 것이다. 구슬프지만 아름다운 이 노래는 평화로운 산골동네인 석정리를 잘 묘사해 주는 노래이다.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잠이드는 깊은 골산 골짝에 꼬막 같은 오막집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이 뜨고요 부엉이 자장가에 잠이 듭니다" 정연옥 양이 고운목소리로 이 노래를 곧잘 불렀는데 훗날 내 아내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매우 아름다운 노래라고 칭찬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마을에 가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