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디드플랫] 이슬기, 황채원 2인전 '덩응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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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HA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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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황채원 작가는 《덩응어리》 전시를 통해 각자의 심연 속에서 길어 올린 감정의 응어리를 조형적 덩어리로 응축해 나간다. 덩어리와 응어리는 유사한 어감을 지니지만, 덩어리는 물질적으로 표현되는 형태를 의미하며, 응어리는 감정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표현한다. 두 작가는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관념의 경계 위에서 자신들의 내밀한 시선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이슬기의 거주자 주차구역 주차금지(2024)로 대표되는 ‘주차금지 시리즈’는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주차금지 경고 사물을 기록한 회화 작품이다. 길가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 생수통은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하며 타인이 머물기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존재한다. 또한 기성품의 사인으로는 부족해 각종 경고 문구를 추가로 붙이기도 하고, 그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사물을 덧대어 그 덩어리를 불려나간다. 작가는 도시에 있어 중요한 주차 문제와 이에 따른 갈등을 마주하는 대립의 지점을 그려내며, 사람들이 표출하는 감정과 부딪힘을 기록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도시는 첨단의 도시라기보다는 낡고 부서진 구도심이다. 이전 작품에서도 도시의 틈, 사이 공간에 주목해온 작가의 시선은 여전히 도시의 잔해, 흔적을 쫓고 있다. 도시가 발전하는 만큼 주차 시스템 역시 기계화되고 있지만 골목에는 여전히 손때가 묻은 사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변화하는 도시와 상반되는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 안에서 기록되는 인간적 갈등과 표출되는 감정을 집약한다.
비집고 나와(2024) 역시 내밀한 감정을 기록한 작업으로, 이슬기는 손의 압력만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생각, 기억을 담아 매일 하나의 조각을 완성했다. 이러한 작업들은 감정의 물리적 표현과 더불어 심리적 치유의 과정을 담아낸다. ‘온정’, ‘약간의 틈을 보일 때’, ‘그러게요’ 등의 부제는 각 조각이 갖는 고유한 의미와 감정을 강조하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는 손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조각으로 형상화하면서, 감정의 작용과 해소를 탐구하여 감정의 물리적 형태와 심리적 치유 과정을 조형적으로 구현했다.
황채원 작가는 “내가 본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생각을 확장해 나간다. 소생을 위한 단계(2023-24)는 기억이 또 다른 감정으로 덮이면서 하나의 덩어리로 변모하는 현상을 담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는 작가가 큰 벌레를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에서 시작되었다. 경험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순간 사실관계는 본의 아니게 검증대에 오르게 되고, 스스로조차 감정에 덧씌워져 기억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었다. 벌레가 주는 불쾌감에서 촉발된 기억은 사실관계에서 벗어나 자의와 타의에 의해 변질되었다. 이 변질된 기억은 덩어리라는 형태로 집약되면서 불쾌한 경험은 그 안에 잠식되기도 하고, 다시 소생하기도 한다. 작가에게 '덩어리'는 쾌-불쾌 전위를 매개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는 기억과 감정의 복합성과 변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축으로 불쾌한 경험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며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이때, 덩어리는 단순히 불쾌한 기억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 안에 새로운 감정의 층을 덧씌우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덩어리가 존재함으로써 쾌와 불쾌의 감정이 상호 전위될 수 있는 것이다.
소생을 위한 단계는 리터치 판화 작품으로 같은 판에서 시작된 드로잉은 지워지고 덧씌워지며 각각 다른 형태로 변모하며 기억의 불완전성과 변화를 보여준다. 응집된 덩어리는 덧씌워진 군중의 시선, 다양한 내적 변화를 함축하며 하나의 유기체로서 변화해 나간다. 구체적 형태가 소멸되고 단일한 더미로 표상되는 기억은 감정의 모호성과 복잡성을 담아내며 기억과 감정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덩응어리》전은 감정의 깊은 응어리와 물질적 덩어리의 복합적 관계를 탐구하는 이슬기, 황채원의 미적 여정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시각화하고, 타인이 그것을 반추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은 조형적 응집의 과정을 통해 감정의 분출을 넘어 심리적 해소와 미학적 탐구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덩어리’가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변화해 나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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