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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기침은 계속 나오고 콧물이 흘렀어요. 그렇게 아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서 아들 집 현관 앞에 섰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니 며느리가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채 말했어요.
“어머니. 또 연락없이 무슨 일이세요.”
“어제 왔는데 집에 없는 것 같아 반찬을 못줘서 말이다. 반찬 좀 먹으라고 싸왔다.”
“반찬 안주셔도 된다니까요 어머니. 저희 사먹으면 돼요.”
저는 며느리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기침을 심하게 했습니다. 며느리는 그런 저를 보고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자신에게 감기가 옮을까 걱정하는 표정이었어요. 제가 서 있는 복도는 굉장히 어두웠어요.
반대로 며느리가 있는 아들집에서는 밝은 빛이 새어나왔어요. 그 빛은 제 발 끝에 닫기 전까지만 비춰주었습니다.
잠깐의 정적 끝에 저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잠시만 들어가면 안되겠니?”
“어머님 감기 걸리셨어요?”
며느리는 제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묻더군요.
“어제 찬바람을 쐬서 그런지 몸이 안좋네. 금방 괜찮아 질거다.”
“아니요. 그건 어머님 생각이시겠죠. 아프시면 집에가서 쉬시지 왜 굳이 여길 찾아오시는거에요. 저하고 우리 아이 감기라도 옮으면 어쩌시려구요. 왜 이렇게 눈치도 없고 이기적인 행동만 하세요?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려요. 저희가 준비되면 알아서 연락드릴테니 그냥 기다리시라고 했잖아요. 이러니까 제가 점점 어머님을 피하는거잖아요.”
“미안하구나. 그냥 나는 언제쯤 아들이랑 손주를 볼 수 있을까 해서. 내가 연락을 하면 너가 받질 않잖니.”
“바쁘니까 그렇죠. 이제 곧 또 방송해야해요. 감기걸린 어머님이 저희 집에 계시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시어머니 아픈데 방송하는 개념없는 사람으로 보지 않겠어요? 그럼 저만 개념없는 사람되는 거구요. 어머님이 이렇게 불쑥불쑥 말없이 찾아오시는건 저희 가족 망하라는 것 밖에 안돼요. 존중 좀 해주세요. 가만히 계시면 저희가 어련히 안가겠어요?”
“벌써 너희가 우리집에 다녀간지 5개월이나 지났지 않니. 걸어서 5분거리인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들도 바쁘다고 너한테 연락하라고 하고 그래서 연락을 하면 너가 내 연락을 안받는데 나는 어떡하란 말이니.”
“제가 무슨 일부러 안받는 것처럼 이야기 하시네요? 일하느라 못받은 거에요. 저희 좀 그냥 남남처럼 지내면 안될까요 어머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요 어머님이 저희 집에 오는게 싫어요. 제 방송에 어머님이 비춰지는 건 더더욱 싫구요. 제 방송은 엄청 고급진 컨셉이라 어머님같은 분이랑은 어울리지가 않다구요.”
저는 멍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을 쏟아붓는 며느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앞집에서 문을 열고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었어요.
며느리는 그제서야 말을 그치고 저에게 당장 집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가세요 어머니. 반찬은 필요 없어요. 어쨌든 제 말 알아들으셨죠? 이제 좀 안오셨으면 해요. 얼른 가세요. 또 앞집에서 뭐라고 하겠네요.”
며느리는 자기 할말만 한뒤 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저는 한참을 그 어두운 현관에 서있었습니다. 화가 나서인지 감기에 걸려서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심하게 떨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