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잘 모르겠어 모르겠어 칭찬을 들으면 불편하고 아쉽다 그러면 속쓰리고 아무도 안보면 속상하고 누가 또 봐주면 부담되고 내가 놓친 거 지적하면 죽고싶고 알고있는 거 지적하면 죽고싶고 나 인체해부는 진짜 잘하는데 그림은 잘 모르겠어 모르겠어 가격을 부르긴 어색하고 선물로 주기엔 서운하고 그림이 팔리면 미안하고 아무도 안 사면 창피하고 내 집 창고에 처박히면 울고싶고 남의 창고에 처박히면 울고싶고 나 도시설계는 진짜 잘하는데 바보처럼 기도했지 오늘따라 되게 추웠었지 나는 아마 술을 마셨었지 술김에 기도를 올렸었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천사를 보내달라고 그림이 맘에 드시면 새 한마리 보내달라고 하얀 날개 천사 하얀 날개 새 한마리 참 바보같았지 오늘따라 추웠지 난 술을 마셨지 그래 참 바보같았지 그림은 참 어려워 어려워 완성을 못하면 비참한데 무책임하다고 욕도 먹고 완성을 하는건 절망인데 절망을 들킬까 불을 끄면 아무런 희망도 남지않고 더이상 변명도 할 수 없지 난 심지어 작곡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데 그림은 참 어려워 나 그림 안 그려 그런데 그리고 싶어 그런데 그리기 싫어 내가 그린 천사 그림 그건 좀 맘에 들어 그림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