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노드에 도착한 라비는 돔을 지날 때 보았던 뒤틀린 기억들로 괴로워한다. 환상을 보던 중 강제로 현실에 끌려 나온 충격도 문제였지만 긴 시간 행복한 환상을 보던 라비에게 바깥의 자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라비를 안정시키려 애쓰던 니샤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동굴을 발견하고 라비를 그리로 인도한다. 안정을 위해 선택한 피신처였으나 상황은 더더욱 나빠져갔다. 환상에 잠긴 뒤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길 반복하는 라비와 그런 라비를 공격하려 하는 익숙한 기운의 덩어리들. 이 앨 괴롭히는건 용서할 수 없어. 상대가 누구건 간에, 세상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몬스터를 해치우며 전진하다보니 어느새 동굴의 입구로 돌아와있었다.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았으나, 동굴 안에서 들었던 의문의 목소리가 라비의 발목을 잡았다. 악몽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던 따스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내고 싶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근처를 배회하는 몬스터를 처치하며 감각을 일깨우자. 다시 찾은 동굴 안은 여전히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목소리의 주인만 만난다면 이 모든 괴로움이 해결될 거라는 기묘한 확신이 든다.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를 해치우고 목소리의 주인을 찾자. 모든 꿈은 언젠가 깨어지기 마련이다. 라비는 미로를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동굴 속을 거닐었다. 뒤섞인 기억들은 이제 어떤 것이 환상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원망하듯 불러보지만 의문의 목소리는 답이 없다.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서 라비의 정신이 부서져 내리려던 찰나, 바로 곁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라비를 붙들었다. 사라지지 마. 너를 괴롭히는 모든 감정을 내게 줘. 내가 너를 지킬 수 있도록. 라비는 의문의 목소리가 누구의 음성이었는지 알아차렸다. 처음 자신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었던 친구는, 이제 자신을 대신해 모든 괴로움을 대신 받아내겠다고 한다. 니샤의 진심에 반응한 라비의 감정이 니샤에게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니샤… 언젠가 나를 지켜주는, 나의 소중한 친구. 깊은 잠에 들기 전에 너를 만나고 싶다. 라비는 걸음을 옮겼다. 엘리안의 성소 심층부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나이 미상, 성별 미상, 거울 “네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게, 라비.” 자신의 반쪽을 지키기 위해 현신한 라비만의 구원자. 라비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로 숲의 기억을 활용하여 위협이 될만한 모든 것들을 제거하는 전직. 니샤는 자신들의 근원을 찾게 되면 라비가 안정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랬기에 익숙한 기운을 풍기는 헤니르 돔에 접근했던 것이었으나, 헤니르 돔을 지나며 겪은 일은 니샤가 라비를 위해 준비했던 환상에도 영향을 끼쳤다. 달콤한 환상에 취해있던 라비에게 뒤틀려버린 기억은 치명적이었고, 라비의 정신은 빠르게 부서져갔다. 니샤는 고통을 느끼는 통로인 감정과 육신이 계속 남아있을 경우 라비의 정신은 언제든 부서질 수 있을 것임을 알아채고 마침내 결단한다. “너를 괴롭히는 모든 감정을 내게 줘. 내가 너를 지킬 수 있도록.” 니샤의 진심에 반응한 라비의 감정이 니샤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감정의 근원들을 담게 된 니샤는 인간의 형상을 갖추게 되고, 모든 감정을 넘기면서 존재감이 약해진 라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거울의 형태로 남긴다. 니샤는 거울이 된 라비를 지키며 하나뿐인 친구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 약속한다. 먼 미래에 라비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예전처럼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헌신의 구원자 라비에게 감정과 육신이 계속 남아있을 경우 라비의 정신은 언제든 부서질 수 있을 것임을 알게 된 니샤는 그간 라비를 괴롭혀왔던 모든 감정들을 자신에게 담고 인간의 형상을 갖추게 된다. 니샤는 라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거울의 형태로 남기고, 언젠가 깨어날 라비를 위해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라비만의 구원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