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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만남이 아직도 꽤나 선명하다. 언어도 나라도 습관도 달랐던 우리는 어느새 연인이 되어 있었고, 함께 세계를 돌아다녔다. 지구 곳곳에 너와의 추억이 담겨있다.
어린 생각이지만 우리의 사랑이 나는 무탈할 줄만 알았다. 그렇게 바다 건너편 나라인 프랑스에서부터 너는 나를 보러 한국으로 왔다. 타지의 삶이 힘든 걸 너무나 잘 아는 나였지만, 직장도 능력도 없는 나에게 너는 어느 새부터인가 부담되는 존재가 되었다. 물론 너는 나 때문에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며,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지만 그 말조차 내겐 미안함이었다. 그냥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그렇다. 그렇게 나는 너에게 이별을 말했다. 그럼에도 태국에서의 크리스마스 밤은, 너의 자취방에서 곧 잘 먹었던 짜파구리는 한동안 나의 기억 속에 머물며 어린 나를 탓 할 것 같다.
너는 참 소박한 사람이었다. 나를 진정시켜주는 사람이었다.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었고 나의 몇 안 되는 연애사에서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한 사람이었다. 비록 아직도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니까,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결국 우리는 헤어지는 게 맞는거라고 요동치는 감정들을 잠재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