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바람과 불 그리고 방언-성령론

이 오순절 사건은 사도행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 땅에 확산되기 시작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오순절 사건을 통한 성령의 부으심에 대해서는 이미 구약 선지자들에 의해서 예언되어진 것이다.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 (욜 2:28) 이 말씀의 중요한 의미가 결국 오순절 날 성령 강림 사건을 의미한 것이라는 점은 행 2:17에서 오순절 날 성령 강림 직후 베드로의 설교에서 이 요엘서 말씀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증명된다.
또한 예수님의 공생애를 통하여 거듭해서 제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하신 예언의 성취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공생애가 시작된 이후 최초의 공적인 설교였던 산상수훈 그리고 팔복의 교훈 자체가 앞으로 성령 받게 될 크리스천들의 영적 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기 직전에도 잠시 후 오순절 성령 강림을 경험하게 될 그리스도인들의 증인된 삶에 대해서 강조하신 것이다. 예수의 공생애, 즉 그분의 탄생과 사심 그리고 죽으심과 부활은 모두 앞으로 있게 될 오순절 성령 강림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들이였다.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요 16:7)고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성령 강림의 때를 강조하셨다.
부활하신 후 예수께서 마리아를 만나셨을 때, 마리아에게 “나를 만지지 말라, 왜냐하면 아직 내가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요 20:17). 무슨 의미인가? 더 이상 시간과 공간과 물질의 제한 속에 있는 예수가 아니라, 이젠 아버지의 영광 안에서 성령의 부음 속에서 예수를 경험하라는 것이다. 승천 이전의 예수는 우리와 같은 3차원의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 가운데 사역을 하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승천 이후의 예수는 더 이상 어떤 제약도 없는 초월적 차원에서 역사하시는 분이 되시는 것이다.
사실 예수께서는 어떤 것에도 매일 이유가 없는 초월성을 지닌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다.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시니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5-17). 그러나 허물 많고 제약 많은 인간을 구속하기 위해서 스스로 죄 많고 제약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잠시 머무르신 것이다. 십자가로서 모든 대속을 치루시고 부활 승천하셔서 원래대로 초월적인 차원으로 이동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오순절 성령 강림의 경험을 하고 난 후 마리아는 이제 더 이상 제한된 영역이 아닌 시간과 공간과 물질의 제약을 초월한 영역에서 예수를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내주하시는 성령을 통해서. 이것이 어찌 마리아뿐인가! 이러한 삶이 바로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고 하신 예수께서 성령을 받은 우리들에게 주시는 놀라운 하나님 나라의 자유와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