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항상 고요하고 평온했어. 가끔 바람이 지나갈 때면 나뭇잎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마저 멈추고 나면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지. 나는 그런 밤을 닮고 싶었어.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고 모든 것을 품는 그 넓은 마음을. 한낮의 소란도, 누군가의 뜨거운 눈물도, 시간 속에 묻혀버린 아픔까지도 밤은 다 안고 있었지. 그럴 때마다 나는 작아지곤 했어. 울컥 올라오는 말들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상처에 잘못된 위로를 얹던 나 자신이. 그저 머물러 주면 되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이. 오늘 밤도 달빛은 내 방 한구석에 누웠고, 그 옆에 나는 조용히 앉아 아무 말 없이 숨을 고르다가 눈을 감았어. 밤은 그저 나를 지켜보았지. 아무도 보지 못한 나의 무너짐을 조용히 어루만져줬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말 대신 침묵으로, 질문 대신 기다림으로 누군가의 곁에 있을 수 있기를. 오늘은 밤의 품에 기대어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 고요하고 평온한 밤이 날 위로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