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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소리를 듣고 깨달은 중국의 유명 시인으로 소동파가 있습니다. 어느날 소동파는 노산의 동림 흥륭사에 있던 상총 선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동파를 만난 선사께서는 단정히 앉은 채, 한동안 말이 없으셨습니다. 아마도 소동파가 말재주를 부려가면서 여러 선지식을 참배하며 선문답을 해온다는 소문을 이미 들으셨기에 이렇게 침묵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다 선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어찌 무정설법(無情說法)은 들으려 하지 않고, 유정설법(有情說法)만을 들으려고 하는가?”
선사나 선지식을 참배하며 법문을 듣고 법거량을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사람의 유정설법입니다. 그러나 선사께서 풀이나 나무, 돌과 같은 무정물도 법을 설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소동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사람을 통해서 불법을 배워왔던 것인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자연의 무정물을 통해서 법을 들어야 한다는 말에 소동파는 그만 생각이 꽉 막혀버렸습니다. 아마도 이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소동파는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에 대해 커다른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무정도 법을 설한다는데, 왜 나는 이러한 도리를 알지 못하는가...!!’
그런 사무친 의심에 들어간 이유 때문인지, 그는 여산의 산모퉁이를 돌아가다 폭포 소리를 듣고 문득 깨치게 되었습니다. 폭포 물소리를 듣는 찰나의 인연으로 삼천대천 세계가 한 통으로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에 소동파는 상총 선사가 계신 곳을 향해서 합장하면서 오도송 읊었습니다.
산골짜기 물소리 그대로가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산빛 그대로가 어찌 청정법신이 아니겠는가
밤새 들은 팔만사천 법문의 이 소식을
훗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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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11칙 황벽주조한(黃檗酒糟漢)의 평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하루는 예불하는 황벽스님을 보고서 대중-당 현종(憲宗)의 아들인 선종(宣宗)-이 물었다.
“부처님에게 집착하지도 말고, 법에도 집착하지 말고, 승가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예배를 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부처에게 집착하지 않으며, 법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승가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항상 이처럼 예배를 하느니라.”
“예배를 해서 무엇 하려구요?”
황벽스님이 갑자기 빰따귀를 후려치자, 대중이 “몹시 거친 사람이군”이라고 하자, 황벽스님은 “‘여기’에 무엇이 있다고 거칠다느니 가늘다느니 지껄이느냐?”며 또다시 한 차례 빰따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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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어른이신 경봉스님께선 ‘우리의 몸이 곧 극락세계다’라는 주제로 법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법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든 인간은 지극히 행복한 극락세계를 희구하는데, 경전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로부터 십만 팔천 국토를 지나가야 극락세계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극락세계는 멀리서 구할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몸이 곧 극락세계이기 때문이다.
극락세계의 구품연화대(죽은 후에 서방 정토(西方淨土)에 가서 생전에 닦은 수행의 정도에 따라 앉을 수 있는 아홉 종류의 연화대(蓮花臺))는 우리 몸에 다 갖춰어져 있다. 눈이 둘이요, 귀가 둘, 콧구멍이 둘, 입이 하나, 대소변 보는 곳을 모두 합하면 아홉이 된다. 이것이 곧 구품연화대이다.
극락의 구품연화대는 상_중_하의 삼품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삼품과 아홉 구멍을 연관 지어 분석해보자.
눈과 귀는 상품에 속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눈은 맑고 밝아서 이 세상의 어떤 물건이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병이 나므로, 모든 물건을 용납할 수 없으니 상품이다. 또 귀는 속에 아무것도 없어 깨끗하므로 상품에 속한다. 코와 입은 더러운 코와 가래가 나오니 중품에 속하고, 밑구멍에서는 냄새나는 똥오줌이 나오므로 하품에 속한다. 이러한 구품연화대에는 언제나 아미타불이 설법을 하고 계시지만, 찾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적다.
이처럼 극락세계도 사람의 몸에 있고, 생사와 열반에 관계없는 부처님도 이 몸에 있으니 꼭 찾아야 한다. 그러나 찾는다는 것도 우스운 말이다. 본래 가고 옴이 없고 상주불멸인데 무엇을 찾겠는가? 밝은 눈이 열리면 활연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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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평소 왕래하는 한 법사님과 여러 신도님들이 수도암에 찾아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저는 나한전에서 간단하게 소참 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도암에 참배를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한전 앞마당에 꽃이 왜 피었을까요? 구름은 왜 흘러갈까요? 까마귀는 왜 저렇게 허공을 가르며 울까요?”
아무런 대답이 없기에 저는 스스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는 부처가 부처를 보내, 부처로 하여금 부처를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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