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사회로부터 격리된 그들만의 외로운 섬. 길 위에서 살아가는 노숙인들의 현장 기록. 을지로 겨울이야기 [KBS 20090215 방송]

  Рет қаралды 18,891

KBS HUMAN : 뭉클티비

KBS HUMAN : 뭉클티비

Күн бұрын

■ 을지로의 크리스마스
지난크리스마스 날 저녁, 을지로 지하광장의 식구들로부터 촬영을 허락 받았다. 그들은 지하철 을지로 입구 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들이다. 한 남자는 자선단체로부터 받은 소중한 음식을 나눠주며 우리를 환영했다. 낯설고 어색했던 첫 만남. 그로부터 50여 일간, 을지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진솔한 시간의 기록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 지하 공동체에는 그들만의 규칙이 있다
을지로 입구역 지하광장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 두었다. 매일 새벽 첫 지하철이 다니기 전까지 잠자리를 정리하고 광장을 깨끗이 비워두는 것. 먹고 난 음식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놓고 남의 물건에는 절대 손대지 말 것. 그 외에도 다른 노숙인들과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된다. 을지로 광장은 일반 사람들에겐 단순한 공공장소에 불과하지만, 노숙인들에겐 24시간 떠날 수 없는 생활 터전이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은 쉽사리 게을러지고 무질서해지는 일이 없도록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었다.
■ 침묵으로 삼켜왔던 기구한 인생살이
"우리가 오죽하면 얻어먹고 살겠습니까?"
을지로 지하 광장에 살아가는 노숙인들에겐 그들만의 기구한 사연이 있다. 애초부터 노숙인이었던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누추하고 허름한 외양 뒤에 감춰진 그들의 인생은 기막힌 사연들로 가득하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빚을 지는 바람에 노숙인 생활을 하는 성복 아저씨가 그러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매일을 배고픔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 절박한 심정을 풀기위해 아저씨는 남산 공원에 올라 한껏 소리를 질러본다.
한 아저씨는 한때 어엿한 중식 조리장이었다가 노숙인 신세가 돼버렸다.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파는 일이 주된 수입원이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굶을 때가 많다. 연말 축제가 한창이던 날 119 구급차에 실려 간 할아버지, 말을 할 줄 모르지만 연신 벙긋거리며 친절을 베푸는 아저씨, 번듯한 건축업자였지만 IMF 실패로 가족과 헤어진 지 7년이 넘는 아저씨까지, 서럽고 슬픈 사정은 제각각이었다. 그들은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사랑받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형제였다. 지금은 거리에 내몰린 처량한 신세이지만 행복하고 따뜻했던 지난 세월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들의 냉담한 멸시
"사람 취급을 안 해줘요. 지저분하다고 나가래요"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지던 연말축제 속의 서울. 살을 에는 추위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소외감이다. 자선 단체들로부터 지원받는 음식과 의복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허함과 슬픔이 있다. 어렵사리 구한 돈으로 허기를 채워보려는 그들은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겉모습으로 차별하는 사람들의 편협함 때문에 그들은 맘 편히 식사도 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차갑게 바라보는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가 다른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는 곳, 을지로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어요"
영하 12도의 혹한, 을지로 지하광장의 노숙인들은 배고픔과 외로움에 지쳐간다. 헌 옷가지와 빈 상자로 간신히 추위를 달래보지만 냉담한 도시의 밤은 길기만 하다. 모든 곳이 크리스마스와 새해 분위기로 들떠있지만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그들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숨쉬며 살아간다. 마치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곳과 을지로 공동체에는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 & 좋아요' 눌러 주세요.
▫️채널 원칙에 따라 영상이 ‘비공개’ 될 수 있습니다.
▫️출연자에 대한 욕설 및 비방 댓글은 즉시 삭제됩니다.
▫️사전 고지 없이 댓글이 ‘사용 중지’ 될 수 있습니다.
[KBS 스페셜 - 을지로 겨울이야기] 2009년 2월 15일 방송
#을지로 #노숙 #겨울이야기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Пікірлер: 33
Мен атып көрмегенмін ! | Qalam | 5 серия
25:41
UFC 310 : Рахмонов VS Мачадо Гэрри
05:00
Setanta Sports UFC
Рет қаралды 1,2 МЛН
小丑女COCO的审判。#天使 #小丑 #超人不会飞
00:53
超人不会飞
Рет қаралды 16 МЛН
뉴스타파 - 목격자들 6회 "사람이 산다"(2015.5.11)
39:42
뉴스타파 Newstapa
Рет қаралды 724 М.
Мен атып көрмегенмін ! | Qalam | 5 серия
2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