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고전물리학으로 위대한 문명의 성취를 이끌기 시작한 근대과학은 수학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수학은 사물의 개체적인 특성을 걷어내버리고 극단적으로 추상화 시킵니다. 1+1=2라는 수학명제에는 소주1병과 맥주 1병이라는 개체적 차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근대과학이 보편과학으로서의 수학을 사물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론 정도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 실재를 반영하는 세계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질적인 감각이 제거되고 주관성이 배제되어 계량화 된 시간과 공간의 어떤 단위로 환원하여 수학적으로 분해된 사물을 우주의 근본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인 것이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입니다. 외적 조건을 통제하는 실험이나 관찰로 우주의 모습을 수학화 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감관을 통해 느끼는 유기적인 자연의 총체성이나 역동성이 억압되거나 상실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탄에 밀착되어 있는 낭만주의는 살아 있는 자연을 죽은 물질들의 난동 정도로 묘사하는 이러한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항하여 생명적 총체성과 아울러 그것과 교감하는 주체성 및 개별성을 불러내고, 자연과학마저도 그 기반위에 놓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괴테의 심중에 낭만주의라는 것이 있었다면 그 핵심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으로, 인간 성장의 교육적 단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끌어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적인 실존인물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괴테의 이미지는 제게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 속의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에 기생해서 불멸을 얻기 위해 어린 나이의 버릇없음과 성적인 매력을 무기로 치근덕 거리는 베티나와의 길고 긴 관계의 사슬을 끊고 드디어 시원하게 발로 차버리는 자유를 얻은 노년의 괴테, 아마도 평생 주변의 시선과 평판을 의식하고 살 수밖에 없었던 그가, 이 당돌한 여성을 지긋지긋한 쇠파리에 비유하며 내치면서 마침내 불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모습은, 에커만과의 대화 속에 나타나는 위대한 문호, 균형과 조화를 위한 거대한 충동에 짓눌렸던 삶, 방대한 지식과 지혜의 소란스러운 피로의 끝자락에서, 그 찬란한 해방이 평범한 노인네가 되어 뱉어내는 욕지거리에서 폭발했었다는 걸 보는 건, 진정 참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레오바고2 жыл бұрын
불멸... 들었다 놯다 하며 망설이게 한 책인데... 그런 흐름이 있었군요
@angelraf58222 жыл бұрын
제가 요즘 하루 하루 감동하는 것은 오월의 날씨와 녹음입니다. 그 감동 속에서 저절로 경건함과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신성함을 느껴요.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이탈리아 기행..등을 다소 피상적으로 접하면서 요즘 제가 느끼는 이런 감동과 충만함을 연결 시켜 이해해 본 적은 없는데 오늘 강의가 그 걸 연결시켜주네요. 선생님도 오월의 자연을 아낌없이 누리시길 바랍니다.
@갯벌지기2 жыл бұрын
괴테와 낭만주의 강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호식-u5l Жыл бұрын
괴태에 대한 신선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어찌보면 이성과 감성의 커다란 벽을 섭렵한 그런사람이 괴태라고 생각됩니다 감사드려요
@TV-uw9lz Жыл бұрын
굿모닝~ 방갑습니다. 호식님^^ 좋은 날 되셔요!
@100일화이트보드2 жыл бұрын
감사합니다. 괴테와 함께 노발리스와 슐레겔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필요한 강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