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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저의 책 『나, 아직 열리지 않은 선물』에 나오는 글 ‘허공의 공덕’입니다. 글을 먼저 읽고
영상을 시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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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께서는 우리의 본마음을 허공에 비유하기도 하셨습니다. 마음을 왜 허공에 비유할까요? 허공이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어 있어서 맑고 깨끗하고 환하게 트여 있기 때문에, 마음을 그렇게 허공에 자주 빗대어 말씀해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비어 있음만으로 허공의 공덕을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이 비어 있는 허공이 실상 수많은 일을 동시에 품고 아무런 걸림 없이 펼쳐내기 때문입니다.
허공은 공기를 채워서 모든 생명들의 숨을 쉬게 하고 불을 때워서 밥을 지을 수 있게 하고 도시의 건물들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해주고 비행기가 지나갈 수 있게 항로를 자유롭게 펼쳐주고 까마귀 울음소리가 하늘에 잘 퍼지도록 해주며 목탁 소리에 맞춰서 사람들이 염불하게 해주고 빛을 자유롭게 투과해 방 안을 밝혀주고 낮과 밤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법당의 향 연기가 옷깃에 스며들도록 해주며 구름이 지나갈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며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는 나무를 보게끔 해줍니다. 허공의 공덕은 말로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허공을 마냥 비었다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비어 있기에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해준다는 것 또한 알아야지 허공을 제대로 보는 것이고, 또한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토록 비어 있음은 수많은 일을 해냄에도 허공은 결코 그 스스로를 드러내거나 드높이지도 않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숨을 쉬게 해줌에도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구름이 지나감에 자취도 만들지 않으며, 까마귀 울음소리를 퍼뜨림에 뜻도 없고, 꽃봉우리를 보여줌에 허세를 떠는 것도 아닙니다.
허공에는 성스러움이라는 게 없습니다. 대가도 없고, 자취도 없으며, 뜻도 없으며, 만족함도 없습니다. 성스러움, 고마움, 자취, 뜻, 만족함 모두 허공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그 허공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접하는 우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나라는 존재 자체도 이 허공에서 인연 따라 생겨난 모습이자 결과가 아니던가요. 네, 우리 모두는 허공의 공덕으로 태어난 허공의 자식들입니다.
마음이라는 게 바로 이 허공과 같은 겁니다. 마음은 그 스스로 성스러움, 고마움, 자취, 뜻, 만족함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잘 모르고, 마음을 잘 쓰지 못하는 우리 중생들이 온갖 다채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찬탄하며, 혹은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고, 다시 고마움도 느끼다가, 그렇게 온갖 생각과 감정으로 왔다갔다 합니다. 마음에는 뜻이 없습니다. 그 어떠한 뜻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모든 뜻을 품어주기에 허공은 무한한 공덕을 지니는 것입니다.
양무제가 물었다.
“무엇이 성스러운 진리의 제일 첫 번째 뜻입니까?”
달마가 대답했다.
“텅 비어서 성스럽다 할 것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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