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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목포가 등장하는 노래가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목포의 상징은 바로 '유달산'과 '영산강'일 겁니다. 1935년 발표된 일제강점기 최고의 히트곡 이난영 선배님의 '목포의 눈물'을 시작으로 1942년 발표한 '목포는 항구다'에도 어김없이 유달산과 영산강은 등장하고요. 1965년 발표된 조미미 선배님의 '떠나온 목포항'가사에도 빠지지 않고 유달산과 영산강은 짝을 이뤄 등장하는데요.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은 높이 228m의 작은 산이지만, 목포 8경의 하나로 남해의 영산이라고 불립니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호남의 '개골산'이라고도 하고요. 일등바위에 올라보면 원경, 중경, 근경 등의 시점에 따라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한국화를 연상시키며 탄성을 자아내지요. 그래서 유달산은 삼학도와 함께 목포 예술인들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인데요. 시문과 그림과 노래가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달산은 목포 사람들에겐 고향의 상징이고 어머니같은 존재로 여겨지곤 합니다.
유달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노적봉'인데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유달산 자락의 노적봉에 낟가리 이엉을 덮어서 군량미를 쌓아놓은 것처럼 위장했던 일화는 아주 유명하지요. 군량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군사가 주둔하고 있다는 얘기였고, 그래서 노적봉의 지형을 이용해서 많은 군사가 주둔한 것처럼 적들을 속인 거지요. 더불어 인근 영산강 하구에는 백토가루를 뿌려서 마치 쌀뜨물인 것처럼 위장한 작전은 성공했고, 왜적들은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났습니다. 싸움을 하지 않고도 이겼던 가장 현명한 장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지금도 유달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에 세워져서 앞바다를 굽어보며 당당하게 목포를 지키고 있는데요. 이렇듯 목포의 정기가 서린 유달산이기에 일제강점기 때는 안타까운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노적봉을 비롯한 유달산에 쇠말뚝을 박아 넣는 만행을 저질른 거지요. 훗날, 목포 시민들이 힘을 모아 수십 년에 걸쳐서 쇠말뚝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 갯수가 무려 38개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목포의 역사와 정기가 살아 숨쉬고 있는 '유달산'과 '노적봉' 그리고 '영산강'의 봄을 소재로, 1967년에 반야월 선생님이 가사를 쓰고, 고봉산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가 발표됐는데요. 그 곡이 바로 이미자 선배님이 노래한 '유달산아 말해다오'입니다.
"꽃 피는 유달산아 꽃을 따던 처녀야
달 뜨는 영산강에 노래하던 총각아
그리움을 못 잊어서 천리길을 왔건만
임들은 어데갔나 다 어데갔나
유달산아 말해다오 말 좀 해다오
옛보던 노적봉도 변함없이 잘 있고
안개 낀 삼학도에 물새들도 자는데
그리워서 보고파서 불러보는 옛 노래
님이여 들으시나 못 들으시나
영산강아 말해다오 말 좀 해다오"
'유달산아 말해다오'는 '고봉산 작곡집'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이 앨범은 고봉산 선생님이 작곡했던 노래들이 수록된 컴필레이션 앨범이었습니다. 타이틀곡이 '유달산아 말해다오'였고요. 남진, 문주란, 임선해, 이은관 선배님의 노래들이 수록됐는데, 그중에 최고 히트곡은 바로 '유달산아 말해다오'였지요.
혹자들은 말합니다. '목포'가 등장하는 노래들의 공통된 정서는 바로 아련한 그리움이라고요. '유달산아 말해다오'에서도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단 하나, 지금 곁에 없는 대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미자 선배님의 영롱한 목소리로 잘 표현되었고요. 이 노래는 이미자 선배님의 다른 노래들처럼 심금을 울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신시절, 1975년의 '긴급조치 9호'는 가요계에 찬바람을 몰고 왔는데요. 가요계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대중가요를 심의하였고, 정화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노래들이 무더기로 금지곡 판정을 받고 맙니다. 1975년 한해에만 222곡이나 되는 금지곡이 쏟아졌는데요. 가사가 퇴폐적이다, 창법이 저속하다, 불신감을 조성한다와 같은 사유들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이 속속 금지곡이 되었는데, '유달산아 말해다오' 역시 왜색이 짙고 비탄조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고 말았습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이런 평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자의 곡 중 빅3라 한다면 '섬마을 선생님', '동백 아가씨', '기러기 아빠'를 꼽지만, '유달산아 말해다오'도 당시 금지곡이 아니었다면 최고의 명곡으로 기억될 만큼 이미자씨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많은 것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목포가 그리워 왔는데 그리워하는 것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유달산아 말해다오'를 감상하시면서 더욱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11월, 그리운 사람, 그리운 추억, 그리운 고향을 마음껏 그리워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