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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시선집 그녀에게
#나희덕시집 파일명 서정시
#막다른기슭에서라도그러지말았어야했다
#모든무서움의시작앞에눈을감지는말았어야했다/
시 : 나희덕/기슭에 다다른 당신은/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막다른 기슭에서라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무언가 끝나가고 있다고 느낄 때
산이나 개울이나 강이나 밭이나 수풀이나 섬에
다른 물과 흙이 섞여 들기 시작할 때
당신은
기슭에 다다른 당신은
발을 멈추고 구름에게라도 물었어야 했다
산을 내려오고 있는 산에게
길을 잃고 머뭇거리는 길에게 물었어야 했다
물결에 몸이 무작정 젖어드는 그곳을
우리는 기슭이라고 부르지
산이나 짐승과 마주치곤 하는 산기슭
포클레인이 모래를 퍼올리고 있는 강기슭
풀벌레 날아다니는 수풀기슭
기슭이라는 말에는 물기나 소리 같은 게 맺혀 있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생겨난 비탈 끝에는
어떤 기슭이 기다리고 있는지
빛이 더 이상 빛을 비추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마지막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그래도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모든 무서움의 시작 앞에 눈을 감지는 말았어야 했다
2018. 나희덕 시집 『파일명 서정시』 창비
2015. 나희덕 시선집 『그녀에게』 도서출판 예경
#시낭송박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