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 광주에 친구들이랑 놀러갔을 때의 일입니다. 여행 3일째 되던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근처 버스정류장에 가고있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으... 좋다~!" 바로 재슥님이었습니다. 평소 장군님의 열렬한 팬이던 저는 정자에서 허름한 반팔차림과 주변에 널부러진 빈 소주병들, 그리고 수북히 쌓여있는 귤껍질을 보고 한눈에 재슥님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인을 받기위해 급히 근처 가게에 들어가 내임팬을 사곤 가게를 나가려던 찰나 같이 온 친구중 한명이 광주 사람에게 말을 걸꺼면 꼭 김대중 자서전을 챙기라며 가게에 수없이 쌓여있던 책중 한권을 사비로 사서 제게 건냈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다며 괜찮다 했지만 식은땀으로 젖은채 진지한 눈빛으로 부탁하는 친구의 말을 흘려들을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꺼운 책을 구비한 채로 정자에 돌아가니 재슥님이 어떤 아저씨 한분과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혹여나 방해가 되진 않을까 두분이 식사를 마칠때까지 기다려야하나 생각하던 그때 재슥님이 큰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아니, 나 홍어 안먹는다니깐? 어으... 냄새도 심하고 이걸 어떻게 먹어?" 그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나 됐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근처의 행인들이 모두 일제히 장군님쪽을 한치의 움직임 없이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친구가 제 품에서 김대중 자서전을 뺏더니 정자쪽으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게 도대체 무슨상황인지 이해가되지 않았지만 얼른 친구를 뒤따라 갔습니다. 정자에 다다르자 방금전 책과 팬을 삿던 가게의 주인이 손에 홍어를 든채로 재슥님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으따 홍어를 못먹어 부려쓰야~~ 우덜 사람이 아니지미 쌍도 놈이였구마이!!" 가게서의 온화한 모습은 어디가고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인민군차림의 그는 당초 이해를 할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손의 홍어를 머리위로 번쩍 들어올렸습니다. "저기요 슨상님? 이거 떨어뜨리셨죠?" 그가 홍어를 내려치기 직전, 제 친구가 재슥님께 김대중 자서전을 드리며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가게주인은 표정을 풀며 "으따 내가 오해를 해버렸구마이 거 참 미안하오" 라고 말한뒤 정신을 차리니 어느세 사라져 있었습니다. 주변의 행인들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제 갈길을 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친구는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저를 데리고 재빨리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비록 재슥님께 사인은 받지 못했지만, 이날의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