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돋는다. 이름없는호수에서 건네받은 하나의 퀘스트. 당시에는 보상목록에 횃불이 있어서 의아했지. 그땐 물약 살 돈도 없어서 경험치랑 돈이라도 얻을 겸 수락했던 건데, 퀘스트를 진행할수록 점점 맵이 무서워졌던 걸로 기억한다. 이름없는호수 바깥에 위치한 거북이 요괴와 처녀귀신까진 그런 대로 잡을 만했다. 이때까진 딱히 별 감정 없이 노가다 감성으로 플레이했는데, 문제는 다음 지역인 대나무숲부터였음. 만월이 걸린 밤하늘엔 대나무들이 가득했는데 그 사이로 처녀 귀신들이 날아다녔음. 그렇다고 도보로 걷자니 해골귀들이 이빨 부딪히면서 돌아다녔음. 음산한 배경음과 어우러져서 상당히 무서웠던 걸로 기억함.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걸. 퀘스트를 완료하고 호수로 돌아가면 행상인에게서 내사은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음. 내사은굴은 다음 지역인 명주성으로 이어지는 구역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사은굴이란 지역의 이름이 어린 나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겸사겸사 퀘스트도 깨야 했으니,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대나무숲을 헤치고 내사은굴의 입구에 도착하니 가히 압권이었음. 웬 뱀인지 도마뱀인지, 그 둘을 합쳐 놓은 듯한 생김새의 마물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음. 웃긴 건 그 아가리 속이 입구였다는 거다. 나 말고도 퀘스트에 흥미를 가진 유저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당시에는 유저들이 굉장히 바글거렸음. 입구의 스케일도 대단했지만 진국은 내사은굴 내부였음. 나는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야 왜 행상인이 횃불을 보상목록에 넣었는지 여과없이 깨달았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화면에 소름끼치는 배경음. 생각없이 앞으로 나아가면 기생충 같이 생긴 마물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 대 맞으면 피도 쭉쭉 닳아서 여기서 물약 50개는 족히 쓴 것 같다 ㅅㅂ.. 아무튼 앞도 잘 안 보이는데 사방에서 다른 유저들이 죽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와서 상당히 섬뜩했음. 횃불을 쓰니까 그나마 좀 나았다. 그때부터 내사은굴의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가히 충격과 공포였음. 이걸 정말 전체이용가들이 하라고 만든 건지 의심스러웠다. 고깃덩어리로 된 벽면에는 눈알이 꿈틀거리고 맵을 이동하기 위한 발판은 생명체의 뼈였음. 지나가는 길목에는 웬 이빨들이 튀어나오고 가관이었다. 그래서 걍 운선도인한테 돈 내고 명주성 옴.
@user-ni2rv9fn9o3 жыл бұрын
ㄹㅇ
@user-qq4lu3sd6p2 жыл бұрын
소설같은거 써보시는거 어떠세요 완전 읽는데 몰입도 있고 좋았어요 ㄷㄷ
@ud35607 Жыл бұрын
처녀귀신때문에 진짜 악몽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ud35607 Жыл бұрын
진짜 우리때는 마을-마을 도보로 돌아갈려면 맵 십몇개를 이동해야 했는데… 요즘은 아쉬워ㅋㅋㅋㅋㅋㅋ 낚시는 할려나?? 청야강..? 무슨 낚시터에 은어? 잡아보겠다고 빈자리 찾아서 채널 돌아다니고.. 어떤사람은 낚시 움직이면서 하는 버그 쓰는거 보고 개신기했는데 나는 옛날부터 노가다 전문이었어서 재료아이템..? 중에 뭐 하나 팔면 7만원인거 이거만 ㅈㄴ팔아서 영물 사고 영호…? 도 샀는데 내 생각만큼 멋지진 않아서 그대로 접고… 그때가 도적?닌자? 2차전직시킨 공력 50정도 였을려나.. 내 ㅈ대로 키워서 뎀지 ㅆ창에 ㅈ망캐릭이었는데 키운게 아까워서 이악물고 삭제 안하고 계속 키웠지ㅋㅋㅋㅋㅋㅋ
@Jelly_mang Жыл бұрын
이게 진짜 게임을 즐긴 사람이지 모험가의 일기같네
@user-nv2xh6ru1u4 жыл бұрын
오늘 잠시나마 같이 사냥해서 행복했습니다. 님덕분에 시작했는데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과 함께 사냥하는 이기분.. 이게 성덕이라는 건가요
@user-sc8ts4wt1o4 жыл бұрын
정말 좋은 컨텐츠같아요
@계삭4 жыл бұрын
감사합니다 👍👍
@user-ij3nv4jm5n4 жыл бұрын
귀혼이 진짜 이런 컨셉을 잘만듬 던전 입구부터 뱀의 머리라니? 심지어 던전이 뱀 몸속임... 진짜 초딩때 뱀머리 앞에서 두근두근하면서 들갔는데...
@ud35607 Жыл бұрын
그러면 성으로 가는 출구는 뱀 항무..ㄴ..?
@user-fx9sk1js5u4 жыл бұрын
와 묘사가 엄청 사실적이라서 더 기괴하고 무서운것 같아요ㄷㄷㄷ 특히 숨은 내사은굴... 어렸을때는 게임을 잘 못해서 저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릴 때 봤으면 잠 못 잤을 듯ㅋㅋㅋ
@user-uw1jp9wn7m4 жыл бұрын
뜬금없지만 포탈에 나오는 한자들 어릴땐 못읽었는대 이젠 읽어지네.. 감회가 새롭다..
@user-cb1cd2bb2t4 жыл бұрын
초등학생때 명주성 브금을 듣고 너무 좋아서 몇십분간 계속 들었던 기억이나네요 ㅎㅎ
@user-fl5bd5bl4m4 жыл бұрын
지금 20살인데 귀혼은 진짜 8-9살때 했던거 같아서 기억도 잘 안나네요. 지금은 비슷한 메이플 잘 하고 있긴 한데 귀혼이 진짜 컨셉이랑 게임 이미지는 확실하게 잘만든거 같네요. 계삭님 영상 보면서 항상 느낍니다.
@mazetyrn65624 жыл бұрын
14년전 귀혼이 기억나네요 몹한마리 한마리가 개성이.넘치고 패턴도있어서 재미있었는데
@user-kq5kc8uv3f4 жыл бұрын
이런거 보면 다시 귀혼 하고싶어요...
@user-uo1oy9gi8n4 жыл бұрын
아... 저기 암것도 모르고 맵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는데 무섭게 생겨서 다가가는 것만 해도 고민했는데 그러다가 용기내서 들어갔는데 저렇게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아서 우왕좌왕 하다 몹한테 한 대 맞고 죽은 곳ㅋㅋㅋ 와 ㅋㅋ 진짜 추억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