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있는여행] 200년 전 다산 정약용 이 10년을 머물던 유배지. 다산의 숨결을 느끼고자 하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남도 유배길 | KBS 20111022 방송

[풍경이있는여행] 그곳에 다산이 산다 - 남도 유배길
■ 한 폭의 동양화가 된 호남 명산, 월출산
강진으로 가는 남도 들녘에 기기묘묘한 산이 하나 우뚝 서 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809m)이다. 조선시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아침 하늘에 불꽃같은 기상’을 지닌 산이라 묘사했다. 월출산 누릿재는 옛날 강진에서 한양을 오갈 때 통과해야 하는 길목으로 다산이 유배갈 때 건너던 고개이다. 트레킹하기 좋은 자연조건과 풍광을 두루 갖춘 누릿재는 월출산의 필수 코스이다. 다산이 제자 초의선사와 함께 나들이갔던 백운동 원림 또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백운동 원림의 감동을 잊지 못해 다산이 시를 쓰고, 초의선사가 그림을 그렸을 정도다. 수려한 월출산 자락 곳곳에 스며있는 다산의 흔적을 밟는다.
■ 다산 실학의 꿈과 눈물이 서린 곳
다산 정약용이 이룬 실학의 성취는 강진에서의 유배생활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도암면 귤동마을 뒷산에 자리 잡은 다산초당은 다산이 10년 동안 후학을 가르치고 60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실학사상의 산실이다. 다산이 직접 새긴 ‘정석’바위, 차를 끓이던 반석, 바닷가의 돌을 가져다 만든 연못, 수맥을 잡아 만든 샘 등이 남아서 다산을 추억하고 있다. 다산초당에서 800m 정도 떨어진 백련사 가는 길은 다산이 가까이 지내던 혜장 스님을 보러 수없이 오가던 길이다. 벗을 만나러 가는 외로운 유배객의 들뜬 마음이 전해지는 길. 봄이면 붉은 동백꽃잎이 후두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 강진만이 품은 유일한 유인도, 가우도
남쪽 바다에 닿은 강진 땅은 79km에 이르는 강진만을 품고 있다. 가우도는 현재 14가구 30여 명이 살고 있는 강진만의 유일한 유인도다. 1802년 다산 정약용이 가우도 어부들의 실상을 직접 보고 대표저서인 목민심서와 경세유표에 연구 자료로 활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가우도 주민들의 본업은 어업이다. 올 봄에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인도교를 건너 찾아간 가우도는 가을 전어와 쭈꾸미 잡이로 분주한 모습이다.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이 그랬듯, 강진만에 기대어 사는 가우도 어부들의 어기찬 삶은 오늘도 이어진다.
■ 2,2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영암 구림마을
월출산 서쪽 자락에는 삼한 시대부터 2,200년의 오랜 전통을 지닌 영암 구림마을이 있다. 구림 마을은 옛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마을 곳곳을 둘러싼 돌담은 가슴 높이 정도고, 누구나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싸리문을 달아놓은 집도 있다. 최근에 지어진 듯한 한옥이나 돌담들이 많지만, 그 속에는 전통과 설화들이 그득하다. ‘비둘기 구(鳩) 수풀 림(林)’의 마을 이름에 담긴 도선국사의 설화가 대표적이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양철 정미소는 구림마을의 또다른 추억거리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40년 째 정미소를 운영해 온 박현석 할아버지는 올해 이곳에서 마지막 나락을 찧을 예정이다. 머물러 있되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의 흔적을 구림마을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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