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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 (일요일 밤 11시 5분 KBS 2TV)
“다시, 대목-대구 농산물도매시장 72시간” (2021년 02월 28일 방송)
설 대목을 맞이한 농산물 도매시장!
설 대목을 앞둔 대구 농산물도매시장은 모처럼 활기가 가득하다.1988년 개장한 대구 농산물도매시장은 총면적 약 132,000㎡(축구장 18개) 크기로 서울 가락시장, 대전 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이어 한강 이남 최대의 도매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2020년은 이곳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19 피해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2월 대구 농산물도매시장은 개장 32년 만에 처음으로 휴장했다. 2021년 ‘다시, 대목!’을 앞둔 도매시장을 ‘다큐멘터리 3일’이 찾았다.
경남 합천군에서 온 모자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러 도매시장에 왔다. 합천군에서 대구 농산물도매시장까지 1시간을 달려와 과일을 사는 이유는 신선한 과일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다. 과일값이 작년보다 1.5~2배 올라 이번 설에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드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단골 가게로 달려왔다.
치열한 경매의 현장!
경매는 해가 뜨기 전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전국 팔도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밤새 경매장에 들어오면 중도매인들은 신선하고 저렴한 과일과 채소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눈치 싸움’을 시작한다. 중도매인들은 미리 농산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맛을 보며 마음속 순위를 정한다. 설 대목 일주일 전 출하되는 농산물 가격은 평소의 1.5배. 하루 평균 청과류 경매금액이 약 27억 원을 웃도는,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경매 현장이다.
경매를 시작하는 종이 울리면 경매사들은 마이크를 잡고 쉴 새 없이 호창을 시작한다. 경매사는 경매 흥을 돋우기 위해 ’후뚜루뚜뚜‘ ’단 들어간다‘ 등의 추임새와 ’품목, 출하주, 수량‘을 함께 외친다. 외지인의 귀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호창을 중도매인들은 신기하게 모두 알아듣는다. 경매는 짧으면 3~4초 만에 끝나기 때문에 찰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단돈 몇백 원의 입찰가로 희비가 엇갈리는 치열한 경매 현장이다.
대구, 경북 1호 여성 경매사
“출하주 입장에서는 ’내 자식은 원래 다 예쁩니다. 다 예뻐요‘
그래서 조금 더 가격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많죠”
조용선 / 대구, 경북 1호 여성 경매사 -
거친 도매시장에서 '금녀의 벽'을 허문 이가 있다. 바로 대구. 경북 1호 여성 경매사 조용선 씨다. 한때 도매시장은 육두문자에 몸싸움까지 오가던 거친 곳이자 남성 경매사들의 전유물이었다. 6년 전 '초보 경매사' 때는 울면서 경매를 진행하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 조용선 씨는 경매장을 진두지휘하는 어엿한 '베테랑 경매사'다.
출하주 농민들을 만날 때마다 과수원 농사를 짓는 부모님 생각이 난다는 그녀는 누구보다 농민의 마음을 잘 안다. 경매 전 농민들이 ’자식‘같이 출하한 농산물을 하나하나 살피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는 물건은 사진을 찍어 출하주에게 세세히 알리기도 한다. 그녀는 섬세함과 친근함을 무기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경매사가 되었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이른 새벽부터 경매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밤잠을 잊은 하역팀 덕분이다. 전국 팔도에서 싣고 온 농산물은 도매시장의 ’5분 대기조‘ 하역팀이 옮긴다. 하역팀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농산물을 진열한다. 설 대목이면 30시간 넘게 근무하는 날도 있지만 이들은 일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일할 수 있다는 자체만 해도 재밌죠. 지금 어렵잖아요. 일할 수 있는 공간, 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저희들은 기쁘게 생각을 하죠” - 하역반장
“‘다큐멘터리 3일’ 촬영한 것도 내 인생에 큰 대목이에요. 재밌었고 좋았어요”
-정분선 / 지게차 운전 경력 7년 차 대파 가게 직원
복잡한 시장통에서 능숙하게 지게차 운전을 하는 대파 가게 직원 정분선 씨는 새벽부터 시작된 업무에도 지치지 않는다. 주부였던 정분선 씨는 15년 전 아픈 남편을 대신해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어차피 할 것 신나게 하자!‘ 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지게차에 오르는 정분선 씨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
출하주와 중도매인 그 둘을 이어주는 경매사, 하역하는 인부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진 대구 농산물도매시장. 함께 공존하며 연결된 도매시장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인생, 사회와 꼭 닮았다. 이곳 사람들에게 ’대목‘이란 어쩌면 이웃과 부대끼며 웃으며 살아가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린 평범한 ’일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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